정신과 입원치료가 필요한 이유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4가지 분류와 예시를 들어 정리해보았습니다.
정신과 입원치료의 필요성
정신과에 입원하면 감옥에 가는것 마냥 인생의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정신과 자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고, 입원의 경우 폐쇄병동이라는 특수한 환경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막연한 거부함때문에 병원과 센터에서 많은 대상자를 만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않거나, "(아이가) 입원을 하느니 차라리 내가 돌보겠다"며 정신과적 질환을 여전히 개인의 특성과 감정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운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만약 아이가 열이 39도까지 오르거나 팔이 부러져도 "차라리 내가 돌보겠다"라고 하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제대로,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상처를 방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4명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만큼,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흔한 질병이며 증상에 따라 입원형태의 치료를 적절히 받는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원한다고 해서 입원하는 것은 아니며, 의사의 판단 하에 입원치료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 증상이 심한 경우, 효과가 큰 약물을 투입해야하지만, 그만큼 부작용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주의깊은 관찰 및 개입이 필요합니다.
- 입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의료진과의 면밀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고 외부의 스트레스와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회복하는 힘과 재발을 방지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과 타인을 지킬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동안 다양한 케이스를 보면서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상황들에 대해 몇가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실제로 입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정신과 병원이나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문의하여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1. 급성기 증상 초기에 심리검사 등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
여느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과질환 역시 초기에 면밀한 평가와 치료가 이루어져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환청 환시를 호소하는 경우, 빨리 치료가 이루어질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정신장애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질환은 어릴때도 나타나지만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초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나이가 어리다고 하더라도 초기에 정신과적인 치료를 통해 이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입원시 심리검사를 통해 주치의와 면밀한 상담을 주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통해 퇴원 후 재발을 막기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2. 자해 또는 타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제가 가장 강조하고싶은 이유입니다. 극심한 우울증, 조현병 등으로 자해 또는 타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조현병의 경우 환청이나 환시, 망상 등의 증상이 심해지면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울증으로 입원하는것을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걷으로는 괜찮아보이더라도, 자살의 징후가 보인다면 입원치료 세팅을 통해 환자를 보호해야합니다.
간혹 아이가 자살의 위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 "우리 아이가 잠깐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받은것이다"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가정에서 돌보겠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정신질환이 있는것은 단순 부모의 탓이 아닌데도 말이죠. 우울증은 잠깐 쉰다고 괜찮아지는 마음과 기분의 병이 아닙니다.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정신과적 증상들이 겉으로 나타나고 있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요즘은 10대 아이들도 ADHD로 충동적인 행동이 조절되지 않아 입원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곤 합니다. 감정조절의 실패로 난간에서 뛰어내리거나 자해를 하고 타인의 신체를 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 입원치료를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의 정서평가 및 발달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심층적으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3. 약물, 알코올 중독 환자가 음주를 재개한 경우
한번 중독은 영원한 중독입니다. 마약이나 알코올에 한번 중독되면 이미 뇌는 변형되고 손상된 상태이기때문에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중독 회복과정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지만, 힘든 상황과 우울한 상태에서 술의 유혹을 이기기란 참 어렵습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한잔이라도 술을 입에 대는 순간, 입원해야한다고 보면 됩니다. 한번 술을 마시면 심한 금단증상때문에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하게되면 일단, 마약이나 알코올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안정적으로 금단증상을 케어할 수 있습니다. 입원을 통해 단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상담을 받으며 퇴원 이후 금주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4. 정신과적 증상이 악화되어 사회생활이 불가한 경우
우울증상이 심한 경우, 말을 하지 못하고 움직일수조차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과도한 뇌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환각, 환시, 망상 등으로 대화가 어렵거나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생길경우에도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약물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래를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약물은 약물남용의 우려와 부작용의 우려가 있기에 한정적입니다. 입원치료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약물이 있고 입원을 하게 되면, 24시간동안 면밀한 관찰과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병동 내에 대인관계 향상과 사회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 안정적인 치료 환경에서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정시과 입원치료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일 크고, 치료비 문제, 병가를 얻기 힘든 직장 내 분위기 등 아직도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주변의 누군가가 정신과 증상이 의심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따사롭게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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