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정신과병원에서 강압적 치료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환자의 인권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정신과 병원 내 비강압적 안정화 치료가 새롭게 조명이 되고 있습니다. 비강압적 치료란 말 그대로 격리, 강박, 주사 등을 최소화하며 실시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강압적 치료를 고수해온 병원이 있는데요. 바로 광주에 있는 천주의성요한병원입니다. 이 병원에서 근무중이신 이요한 정신과 전문의가 집필한 <흥분 및 공격행동 환자에 대한 예방과 대처>라는 책이 올해 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서 했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들에 대해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배운 내용을 익힐 겸 블로그에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강압적 치료, 그 중에서도 안정화 치료 부분 중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 안정화 치료 : 언어적 의사소통
1. 소통의 장으로 초대하기
2. 적극적 경청하기
3. 공감/타당화
4. 단순하고 쉬운 대화 - 안정화 치료 : 비언어적 의사소통
1. 음성
2. 시선
3. 얼굴 표정
4. 몸의 움직임과 자세
본 글은 <흥분 및 공격행동 환자에 대한 예방과 대처, 안정화치료 매뉴얼_이요한>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안정화 치료 : 언어적 의사소통
비강압적 치료는 말 그대로 격리, 강박, 주사 등의 강제적 요소를 최소화하여 환자의 안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치료 방법입니다. 즉, 비강압적 치료는 치료자와 환자와의 의사소통, 대화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고조완화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의사소통에는 언어적 의사소통,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요소가 포함됩니다. 먼저 치료자의 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소통의 장으로 초대하기
- 흥분 관련 요인을 제거하기
- 조용하고 안정적인 대화 공간 마련
- 진정성과 전문성을 보여주기
- 차분한 태도와 책임지는 자세
ex)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치료자는 기꺼이 돕고 싶다.', '대화가 가장 효과적이고 때론 유일한 방법이다.', '대화의 주도권은 당신에게 있다.'
2. 적극적 경청하기
- 환자의 얼굴 표정, 몸짓, 말의 뉘앙스 등을 통해 환자를 이해하기
- 환자의 말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 환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경청하기
- 환자의 몇마디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 환자의 마음에 닿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
- '왜' 대신 '무엇' 질문 사용하기
※ 경청을 어렵게 하는 치료자의 요인
-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 환자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하지 등 문제해결에 대한 집착/압박
- 흥분상태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
- 환자의 요구에 이미 정해진 대답
- 흥분사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 흥분환자의 태도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
- 공격에 대한 두려움
- 치료자 내면의 분노
3. 공감/타당화
공감(empathy)
: 환자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이해에 대한 표현.
공감은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다.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공감은 환자가 생각/감정/행동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지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ex) 치료진이 다 짜고 치는 것이라며 고함을 치는 환자에게 "이 병원에 내 편이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처음 보는 저희를 믿기 힘들 수 있습니다."
공감은 전적인 동의가 아니다. 환자의 분노 감정, 고집스런 주장, 엉뚱한 망상, 공격적 행동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공감은 환자의 전체가 아닌 환자의 일부에 대한 인정이다. 환자의 감정과 생각 중 타당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 대해 분명히 말해야 한다.
ex)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좀 더 신중히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 진정과정에서 공감의 역할
- 치료적 관계 공고화
- 흥분환자 정서의 진정
- 환자 조절능력 강화
타당화(validation)
: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음과 행동할 수 있음에 대한 인정
ex)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해가 되네요.",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네요."
4. 단순하고 쉬운 대화
- 흥분환자는 인지능력 저하, 정신증상, 격한 감정 등으로 인해 대화에 집중이 어렵다.
- 치료자는 명확하고 간결하게 짧은 문장으로 대화해야 한다.
- 쉽고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 치료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말해야 한다.
- 치료적 원칙에 대해 환자가 고집하는 경우, 치료적 원칙을 반복강조하는 것이 좋다.
- 충분한 설명과 진심 어린 공감 후 반복전략을 사용하여 환자의 저항을 줄인다.
ex) 퇴원시켜달라 요구하는 환자에게 "저희의 대답은 똑같습니다. 지금은 퇴원이 어렵습니다."
안정화 치료 : 비언어적 의사소통
흥분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언어적 소통 이외에도 치료진의 음성, 시선,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1. 음성
-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
- 대화의 내용 및 분위기에 따라 음성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함
- 치료자 자신만의 언어습관('흠', 음~ 등)이 흥분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고려
- 천천히 이야기한다.
2. 시선
- 환자의 눈을 계속 응시하기 보다는 눈, 얼굴, 몸 등을 번갈아 가면서 자연스럽게 바라본다.
- 흥분환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3. 얼굴 표정
- 치료진의 개인적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 눈과 입 주변의 긴장을 푼다.
4. 몸의 움직임과 자세
-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어야 한다.
-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한다.
- 편안한 자세가 좋다.
- 권위적이고 공손치 못한 태도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뒷짐을 지거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지 않는다.
- 천천히 반응하고 서서히 다가간다. (무조건 느리게가 아닌, 침착하게 움직인다)
- 신체접촉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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