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단 한번 뿐인 정신건강 수련. 수련을 어디서 받을 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련을 받기 전 이미 다양한 세팅을 경험해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학생분들 혹은 경험이 적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수련에 지원하실 줄 압니다. 저또한 수련에 지원하기에 앞서 어떤 기관, 어떤 세팅에서 수련을 받아야 할 지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병원, 시설, 센터의 장단점을 비교하기 전에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글이며 저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같은 병원이라도 기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전반적인 장단점을 적으려고 했으나 이 역시 저만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병원, 시설, 센터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 지원자 유형별 추천 기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병원
가장 많은 수련생을 뽑고 배출하며, 주변에서 가장 많이 추천하는 세팅은 역시 병원일 것입니다. 일이 정형화, 루틴화 되어있고 다양한 임상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세팅입니다. 병원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케이스, 임상을 경험할 수 있다. → 수련과제를 수행하기 용이하다.
- 업무가 정형화, 루틴화 되어있다. → 예상치 못한 시간외근무가 발생할 확률이 적고 슈퍼비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 행정업무가 적어 실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 상담, 증상, 치료, 프로그램 진행 등 실천 영역에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
병원의 단점
- 실천영역에만 집중되어있다. → 정신보건 사회복지분야는 실천 외에도 홍보, 연구, 사업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병원은 실천 영역에만 집중되어있기에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한 케이스를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 →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입퇴원 주기가 짧다보니 장기간 개입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과제를 하고있는데 중간에 퇴원하는 경우 처음부터 다시 과제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 병원에서는 가운의 힘이 큽니다. 상담가는 가운을 입고 환자는 환자복을 입는 등 상호간 경계가 뚜렷합니다. 하지만 대상자들이 거주하는 곳은 지역사회입니다. 지역 기반으로의 실천영역을 배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 사회복지사의 영역이 한정적이다. →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시대로만 움직입니다. 병원에서 사회복지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주로 퇴원계획(지역사회연계)과 병동 내 프로그램 진행입니다. 또한 최대한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울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입니다.
시설
주간재활시설, 거주시설, 전환시설 등 정신재활시설에서도 수련생을 많이 뽑습니다. 대상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장기간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에 시설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 편입니다. 시설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사회 기반 실천 영역을 배울 수 있다. → 현재 정신건강영역은 병원보다는 지역사회기반의 재활과 치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실은 아직 초라하지만)
- 대상자별로 장기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한 케이스가 장기간 탈락 없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제를 하다가 중간에 엎어지는 일이 적습니다.
- 대상자 친화적 분위기 → 사무실 특유의 답답한 분위기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저 포함). 사무실에 있느니 차라리 대상자와 대화하겠다라는 분들은 시설이 맞을 수 있습니다.
반면 시설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 다양한 임상을 경험하기 어렵다. → 시설에는 주로 만성 조현병, 만성 우울, 조울 등 만성적인 어려움을 가진 분들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때문에 다양한 정신질환의 증상을 공부하고 상담 경험을 쌓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 업무, 과제에 집중하기 어렵다. → 시설은 워낙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청소, 요리 등 어디까지가 사회복지사의 업무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업무가 다양하다보니 과제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개인 업무시간이 적다. → 시설마다 다르지만 대상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긴 편입니다. 특히 클럽하우스의 경우, 대상자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직원으로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점심도 직원, 대상자 구분없이 함께 먹습니다. 때문에 개인 시간이 중요한 사람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센터
많지는 않지만 종종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수련생을 뽑기도 합니다. 센터에서는 정신건강 영역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맡고 있기 때문에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센터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 센터에서는 실천 상담, 지역자원연계, 행정업무, 치료비지원, 외부 지역행사, 나들이, 재활프로그램 등 지역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제반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센터에서 정말 많은 영역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가장 많이 취업하는 곳 → 각 시 군 구마다 센터가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많이 취업하는 곳은 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일할 곳에서 일년 수련을 받는 것은 어느 기관이나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 업무가 명확하다. → 센터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시설보다는 업무가 명확합니다. 또한 사무실이 분리되어있어서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센터의 단점
- 바쁜 분위기로 적극적인 슈퍼비전과 과제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 센터는 각 직원이 매달 실적을 달성해야하고 늘 행정업무가 쌓여있습니다. 새로운 직원이 와도 제대로 업무를 알려주기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 대상자와 자주 만나기 어렵다. → 병원, 시설과는 달리 센터는 대상자와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합니다. 때문에 상담 시간이나 횟수가 제한적이라 과제 진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한가지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 업무를 하다가도 전화가 오면 받아야하고 급하게 제출해야하는 업무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업무가 쌓입니다. 멀티가 어려우신 분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원 유형별 추천 기관
병원을 추천하는 유형
- 앞으로 취업하고 싶은 기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 수련을 통해 다양한 임상경험과 실천경험을 쌓고싶은 분
- 수련과제를 완성도있게 수행하고 싶은 분
- 정신보건영역의 경험이 부족한 경우
시설을 추천하는 유형
- 당사자 중심의 실천에 뜻이 있는 분
- 사무실 분위기를 어려워하는 경우
- 성격이 밝고 명랑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분
- 향후 정신장애, 재활 영역으로 취업하고 싶은 경우
센터를 추천하는 유형
- 향후 센터에서 일하고 싶은 분
- 행정업무에 부담감을 적게 느끼는 경우
- 개인적인 업무를 선호하는 경우
- 자원연계 업무에 중점을 두고 배우고 싶은 분
이 외에도 고려해야할 점이 많습니다. 각 기관의 분위기라던지, 출퇴근 거리, 급여와 같은 현실적인 요건도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수련 시간을 마치 봉사활동처럼 일주일에 2-3일로 잡고 무급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센터에서 급여를 받고 직장수련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년이라는 수련은 저에게 있어서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자신의 성향과 수련에 임하는 목표, 현실적인 조건 등을 잘 고려하여 뜻깊은 1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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