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정신건강 수련을 받을 때에 맏게 된 첫 환자가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당시 해당 질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서 많이 힘들고 '나는 좋은 상담가가 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계성 인격장애의 특징을 알게 된 후 그 환자에 대해 제대로 상담을 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격장애는 타 정신질환에 비해 치료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오늘은 경계성 인격장애의 진단기준과 특징을 크게 4가지 카테고리(자존감, 감정변화, 충동성, 대인관계)로 나누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멘탈싸인_제임스 휘트니 힉스> '자존심장애' 편, <DSM-5> '경계성 성격장애 진단기준', 위키피디아 '경계성 인격 장애'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기준
경계성 인격장애는 영어로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BPD)라고 하며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인격장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적인 대인관계의 불안정성, 왜곡된 자아감, 강렬한 감정 반응을 특징으로 합니다. 처음에는 신경증처럼 보이지만 치료를 진행함에 있어서 격렬한 분노와 절망감을 드러내고 자신의 감정에 압도외어 종종 현실감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신경증과 정신병 사이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경계성 인격장애란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DSM-5에서 경계성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동의 불안정성과 현저한 충동성의 광범위한 형태로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며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5가지(혹은 그 이상)를 충족해야 합니다.
- 실제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함
- 과대이상화와 과소평가의 극단 사이를 반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의 양상
- 정체성 장애: 자기 이미지 또는 자신에 대한 느낌의 현저하고 지속적인 불안정성
- 자신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는 가능성(소비, 물질남용, 좀도둑질, 부주의한 운전, 과식 등) 중 2가지 이상의 경우에서 충동성을 보임
- 반복적인 자살행동, 제스처, 위협 혹은 자해 행동
- 현저한 기분의 반응성으로 인한 정동의 불안정
- 만성적인 공허감
- 부적절하고 심하게 화를 내거나 화를 조절하지 못함
- 일시적이고 스트레스와 연관된 피해적 사고 혹은 심한 해리 증상
경계성 인격장애의 특징
1. 낮은 자존감
-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언제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 세상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외롭고 고독합니다.
- 다른 사람들 눈에 자신은 비호감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외모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 마음, 행동 등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추하다고 생각합니다.
- 누군가의 기대 혹은 기준에 부응한 적이 없다고 느낍니다.
- 겉으로 볼 때 재능도 있고 직장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등 성공한 것처럼 보이며 재정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으나 자신에 대해 평가절하하는(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외모 또한 매력적인 편으로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2. 빠르고 큰 감정변화
- 경계성 인격장애는 기분변동성이 빠르고 크기 때문에 행동 통제가 어렵습니다.
- 매일 불행하고 비참한 기분을 느낍니다.
- 비참한 기분은 종종 만성적인 허무감 또는 공허감으로 이어집니다.
- 인생은 무의미하고 허망하다고 생각합니다.
- 끊임없이 초조하고 불안하며 지루하고 짜증스럽고 멍한 상태입니다.
- 갑작스럽게 감정이 뒤바뀝니다.
ex) 어머니와 대화를 하던 중 어머니가 '걔는 벌써 결혼했다더라~'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시시콜콜 내 앞에서 이야기한다. 애인도 없는 나는 초라해지고 어머니가 나를 나무라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기분이 매우 비참해진다. 비참해지다 못해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머니는 왜 나를 낳았을까', '왜 살까? 허망하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던 중 평소 동경하던 친구로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나는 멋진 대인관계를 유지하고있어.' 순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행복감, 어떤 희열을 느낀다. 친구와 전화하던 중 남동생이 갑자기 내 방에 찾아와서 지금 당장 설거지를 하라고 한다. 동경하던 친구의 전화를 그깟 설거지 따위로 방해하다니. 화를 참을수가 없다. 분노가 폭발하며 남동생과 크게 다툰 뒤, 조용해진 방에 혼자 앉아 자신이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느낀다.
3. 높은 충동성
- 보통 사람들보다 지나치게 빨리 과잉반응합니다.
- 극단적인 감정변화로 폭력, 자해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기분이 안좋을 경우 스스로 감정을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어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 약물에 의존하거나 알코올 의존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높은 충동성으로 인해 성적으로 문란해질 수 있습니다.
- 충동성으로 인해 자살 또는 자해에 대한 생각이 들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때문에 자살 또는 자해 시도가 빈번합니다.
- 타인에게 자살 또는 자해하겠다며 협박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불안정한 대인관계
- 누군가가 약간의 관심이라도 보여주면 자신을 구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에 휘말립니다.
- 그 기대가 무너질 경우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땅 끝으로 추락합니다.
- 타인에 대해 과대 이상화했다가 과소평가하는 등 평가가 극단을 오고 갑니다.
-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는 쓰레기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등 자신과 타인에 대해 비약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을 지어버립니다.
- 관심을 얻기 위해 사람을 조종하려고 합니다. (서로 비교하게끔 하거나 상대방의 취약점을 이용)
- 이성간 관계에 필사적으로 행동합니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임신을 했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애인이 떠나겠다고 하면 자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합니다. 관계가 깨지고 난 후에도 상대방을 스토킹하며 괴롭힐 수 있습니다.
- 자신에게 중요한 인물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합니다.
-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깊은 관계보다는 피상적인 관계를 원합니다.
- 자아 방어기제로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합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타인에게 투사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실패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합니다. 도리어 자신은 희생자라고 생각합니다.
- 주변의 사람들에게 흑백논리(어떤 상황을 이분법적으로만 나누어 보려는 관점, splitting)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논리로 주변을 전염시킵니다.
-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며 자신의 지인들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태도로 일관적으로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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