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보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어서, 혹은 취업 예정이라,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예정이라 정신과에 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지금까지 정신과 진료때문에 취업, 공무원 임용 등에 제약이 있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어떤 것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인지 직접 법 조항과 실제 채용 규정을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 열람
의료법 제 21조 2항을 보면,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나와있습니다. 21조 3항에는 예외가 되는 경우들을 명시해놓았는데요, 읽어보시면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과 임용 합불 여부에 해당하는 내용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기업 혹은 공공기관 취업
위 의료법에서도 명시되어있듯이, 채용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곳은 없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해당 기관에서 대상자의 정보만으로 건강보험 기록 혹은 병원의 진료 내역을 조회할 수 없습니다. 진료기록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오로지 대상자 본인만 조회가 가능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 69조 1항에서도 '누구든지 정신질환자이거나 정신질환자였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하여 교육, 고용, 시설이용의 기회를 제한 또는 박탈하거나 그밖의 불공평한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
많은 분들이 공무원 시험 합격 후 신체검사 과정에서 정신과 기록이 조회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하십니다. 채용 절차를 보면 공무원 시험을 최종합격한 다음 채용신체검사가 진행됩니다. 이는 해당 최종합격자가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간단하게 체크하기 위해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시행하는 것일 뿐입니다. 예전에 어디 수술을 했는지,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지, 혹은 정신질환으로 입원을 했는지 등은 개인정보이기에, 건강보험공단 검진센터에서 신체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절대로 조회되지 않습니다.
다만 신체검사서 내 항목에 정신질환 항목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시, 정신 장애의 정도가 공무원으로서 행정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습니다. 즉, 지원자가 직접 언급하지 않는 한 정신질환의 중증도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가벼운 우울증, 단순 불면증으로는 절대 취업 여부에 불이익은 없습니다. 이는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에 명확히 제시되어있습니다.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별표]
-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
13. 정신계통
가.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있는 정신계통의 질병
나. 마약중독과 그 밖의 약물의 만성 중독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도 위 규정을 따릅니다.
채용검사시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야하는건가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질환자'가 아니므로 없다고 하는것이 맞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 3조 1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모두 정신질환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는 경우에 국한됩니다.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 과정에 있어서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될 정도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험가입 시 불이익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을 제외하고 추가로 가입하는 실손보험, 암보험, 생명보험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에서는 가입자의 동의 및 위임 없이는 진료기록을 조회할 수 없습니다만, 이를 어기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실손보험 가입시, '최근 5년 이내의 기간 중 특정 치료를 외래에서 일주일, 혹은 30일 이상 받은 적이 있습니까?' 라고 질문할 수 있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하면 유의미한 확률로 거절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8월경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과 약물 복용을 이유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례가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래 보도자료 참고.
보험가입 거절 시 대처요령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민간보험 가입에 차별받는 환자에 대한 대책을 2010년 3월경 브로셔로 제작하였습니다.
보험가입 거절 시 대처요령, 보험가입 시 환자 및 보호자가 알아야 할 10가지, 보도자료 등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 (onmaum.com)
"보험가입이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은 나중에 보험가입이 거절될것 같아서 지금 상처난 곳을 치료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 현재 아픈곳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 적재적소에 치료하는 것이 이후 치료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벼운 우울이나 불면 등이 생긴다고 해서 절대로 방치하면 안됩니다. 정신질환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일상생활의 문제, 혹은 치료비용과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운전면허 취득과 수시적성검사
도로교통법 제82조 2항, 제82조 5항에 정신질환자, 뇌전증 환자, 알코올중독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2조를 보면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에 한하여 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함을 볼 수 있습니다.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재발성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수시적성검사를 통해 운전면허 자격을 취득 혹은 유지, 갱신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전문의로부터 운전을 하는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시적성검사 신청은 정부24 사이트에서 신청이 가능합니다.
운전면허 자격 역시 정신건강복지법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기때문에 증상이 운전을 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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