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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현실, 힘들었던 순간들

by 숨표 2022. 10. 13.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며 느낀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정리해볼까 합니다. 사회초년생일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에 입사후 당면하게 된 힘든 순간들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들은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니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센터는 각자 분위기도 너무 다르고 업무 방식도 다르며 부서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라는 점 염두해주세요.

 

많은 업무량과 꿔다 놓은 보릿자루

센터는 업무가 정말 많습니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복잡한 행정업무 등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도 챙기기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관련 업무는 거의 센터에서 도맡아서 하고있기 때문에 센터에서의 업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홍보업무, 행정업무, 응급출동업무, 사례관리업무, 재활 프로그램업무 등 각종 업무를 전부 수행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재활시설, 중독재활시설, 거주시설 등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기관은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도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결국 센터에서 다양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패기있게 입사했을 때, 저는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습니다. 신입팀원이 있어봐야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알려줘야하는 업무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센터 업무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1년동안 알려줘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입˙퇴사율이 높아서 제대로 업무를 알고있는 직원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들어간 팀은 업무강도가 높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팀이었습니다. 저는 두번째 출근날, 한 선생님으로부터 '출근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출근해서 놀랐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팀장님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경력있는) 직원이 아니어서 다들 말이 많았다'라고 직접적으로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은 저의 개인적이고 특수한 경험일 것입니다. 사실 센터는 인력난이 심하기 때문에 누구든 들어오면 잘 챙겨주려고 하는 분위기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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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좁은 나의 마음 : 전화업무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고 환자로부터 아무리 모욕적인 언사, 욕설, 맹목적인 비난을 들어도 그때만 잠깐 속상할 뿐 '어차피 아픈 사람이니까 참자'라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단련되었으니 실제 업무에서도 잘 할수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전화업무는 힘듭니다. 마치 '술먹어서 기억이 안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이 있으면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전화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함부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자살예방센터였고 하루종일 '죽고싶다'는 얘기만 들으니 제가 미칠지경이었습니다. 또한 장난으로 죽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죽겠다고 이야기하고 연락이 두절되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위치추적을 해서 방문해보니 남자친구와 함께 밖에서 즐겁게 쇼핑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술을 드시고 '너때문에 내가 죽는다'며 협박을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전문직입니다. 사회복지사와 내담자간의 전문적 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질병이 있는 사람이기에, 무조건적인 수용 그리고 적절한 통제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원도 전문가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편안한 환경에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급한 일을 처리해야하고 항상 쌓여있는 행정업무로 야근을 해야하는 와중에 전화를 받습니다. 어쩌면 저의 마음이 아직 넓지 않고 숙련되지 않은 탓일 수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도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입니다.

 

죽음의 조별과제

대상자와의 조별과제

국비 또는 지역예산으로 지원하는 정신과치료비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때문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문제는 치료비 지원금액이 금방 소진되고 내야하는 서류가 복잡합니다. 몇개월마다 갱신해서 내야 하는데 가족관계가 복잡하거나 대상자가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여유가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대상자에 따라 몇만원 받자고 많은 시간을 써야하는 경우도 있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차라리 안받는 게 낫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십니다. 그 사이에서 담당자는 많은 갈등을 경험합니다. 서류를 빨리 제출해야하는데 대상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잘못된 서류를 가지고 오는 경우, 치료비지원 담당자와의 소통 등 대상자와 함께하는 조별과제는 참 어렵습니다.

 

동료와의 조별과제

홍보, 사업 업무는 모두가 함께하는 조별과제입니다. 사업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는 업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업별 담당자가 정해져있지만 모두가 코웍으로 참여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건강의 날, 자살예방의 날 시즌에는 정말 바쁘고 서로의 업무스타일이 다 다르기때문에 업무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크고작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혼자서 상담을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되도록 2인1조로 나가서 상담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담당자가 주로 상담을 진행하긴 하지만 서로의 상담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응급업무의 경우, 서로 해야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죽이 잘 맞아야 합니다.


어디든지 고충은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잘 맞지않는 사람은 어디든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기관을 찾아가야 합니다. 입사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였습니다. 화장실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부끄럽지만 사무실 자리에서 운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때문에 못하는것이 당연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신입팀원으로 가게 되신다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곳, 직원을 귀하게 여기는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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