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업무를 하다보면 대상자 뿐 아니라, 대상자의 가족까지 개입해야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대상자와 가장 가까운 가족을 함께 개입함으로써 대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정신건강분야에서도 가족상담은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정신과적 증상은 가족 구성원의 병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높은지, 가족 환경이나 분위기가 대상자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신과 수련 필기문제로 가족치료 개념 관련 문제들이 종종 출제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족치료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항상성, 가족규칙, 가족신화, 삼각관계 개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가족치료 이론과 실제_김유숙 저>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가족항상성 (family homeostasis)
책에 나와있는 정의
'가족이 일정한 상태나 바람직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경향'
가족은 하나의 작은 집단입니다. 그리고 집단마다 유지되는 분위기 혹은 체계가 존재합니다. 가령 상담가가 가족의 기능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가족구성원들은 큰 저항감을 느끼게 되고 변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한 가족 구성원에게 정신질환 등 문제가 생기더라도 가족의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 치료받지 않거나 질환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원래의 가족기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가족항상성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동온도장치'를 떠올려보면 가족의 항상성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특정 온도를 설정해놓으면 집 온도는 해당 온도에 맞출 수 있도록 조정합니다. 추워서 온도가 내려가면 설정한 온도까지 달구고, 더워서 올라가면 설정한 온도까지 내려갑니다. 가족 항상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것이 순기능이든 역기능적이든 가족은 원래 유지하던 기능, 분위기, 역동, 관계를 항상 유지하려고 합니다. 오랜시간 굳어졌기 때문에 가족구성원들은 이를 편하게 생각합니다.
가부장적이고 화를 내며 지시하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 남편에게 아내가 순종적으로 행동하는 경우, 그리고 자녀들도 이에 대해 묵인하는 경우, 상담가가 한두번의 개입으로 해당 가족의 역동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것은 바로 '가족항상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순종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자녀들은 이에 대해 묵인하는 것이, 그리고 남편은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현재까지 가족을 이끌어올 수 있는 형태로 오랜시간 굳어졌을 것입니다. 이를 가족 항상성(family homeostasis)라고 합니다.
가족규칙 (family rule)
책에 나와있는 정의
'오랜 시간에 걸쳐 가족행동을 제한하는 관계상의 합의'
가족규칙이란 가족 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규칙을 의미합니다. 가족규칙에는 기능적인 규칙, 역기능적인 규칙을 모두 포함하며, 합의하에 만들어진 의식적이고 확실히 드러난 규칙부터 가족이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암암리에 자리잡은 암묵적인 규칙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랜기간 반복되는 가족교류를 통해 성립되었으며 가족의 체계와 기능을 유지하는 암묵적인 규칙을 상위규칙(meta-rule)이라고 합니다. 상위규칙은 가족구성원 사이에 직접적으로 합의된 규칙은 아니지만 일반적 규칙들 위에 작용하면서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자면, '엄마는 저녁 식사 후가 가장 기분이 좋으니까, 용돈 이야기는 그때 해야 한다'는 것과 '아버지 말은 어길 수 없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가족규칙은 가족 간의 행동을 유형화하고 가족생활을 운영하는 데 기틀이 됩니다. 때문에 치료사는 가족규칙을 가족사정 단계에서 파악하여 이후에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신화 (family myth)
정의
'가족들이 가지는 기대와 신념으로, 특히 현실에 대한 왜곡이나 부정의 요소를 갖는 것'
가족신화의 특징은 모든 가족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공유하는 믿음과 기대라는 점입니다. 가령, '첫째 딸은 항상 혼자 잘 컸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의젓하게 행동할것이다', '막내 아들은 우리집의 기둥이니까 가족을 이끌고 갈것이다' 라는 믿음과 기대를 의미합니다.
가족신화를 사정할 때, 치료사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가족신화가 가족들에게 정서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가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신화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가족의 욕구를 서서히 경감시키면서 가족신화 없이도 효율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삼각관계
두 사람으로 구성된 2인 체계는 불안이나 긴장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Bowen, 1966).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긴장을 줄이기 위해 제 3자를 문제로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를 가족삼각관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과 갈등관계에 있는 어머니가 큰아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기대하며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남편과의 갈등을 큰아들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남편과의 갈등관계를 큰아들인 제 3자를 끌여들였기에 삼각관계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각관계는 항상 역기능적인것은 아닙니다. 갈등관계에 있는 부부가 제 3자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활동이나 외부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이러한 가족 이외의 활동에서 긴장을 해소함으로써 오히려 친밀한 부부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긴장을 일으키는 에너지 방향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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