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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정신건강 정보

산후 우울감 경험담 : 증상, 악화 요인, 나만의 극복 방법

by 숨표 2024. 9. 21.

 그동안 임신과 출산으로 1년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아이가 생후 5개월이 되니 다른것도 할 여유가 조금씩은 생겨나는 듯 합니다. 초산모들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로서 처음 세상에 발딛음하게 되는데요, 그동안 경험했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삶 속에 놓여지기때문에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도 혼란스럽지만 모든게 처음인 엄마들도 매순간 혼란을 경험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생활의 큰 변화를 겪고 우울증이 급증한 것 처럼, 산전 산후에도 정신적 신체적 변화, 일상의 사이클과 해야하는 역할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우울감, 극심한 기분변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산후 우울증은 아니지만 종종 산후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제가 경험한 산후우울감의 증상산후우울을 악화시키는 요인, 그리고 저만의 극복 방법(개인적 경험)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후 2주 아기갓 태어난 아기
생후 2주 울 아기

 

 

내가 경험한 산후 우울감의 증상

 해당 내용은 공식적 정보가 아닌 제가 경험한 산후우울감의 증상이니 가볍게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 분노조절의 어려움
  • 극심한 기분변동성
  • 불면
  • 피해사고

 

분노조절의 어려움

 집안일이 쌓여있고 아기가 울거나 배우자가 조금이라도 제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습니다. 잘 있다가도 조금만 심기가 불편해지면 바로 분노가 치밀어올랐어요. 예전에는 화가 나는 경우에도 점진적으로 화가 쌓이다가 결국 폭발해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였다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조금만 화가나도 참지못하고 바로 폭발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행히도 아이에게 분노감을 표현하거나 행동하지 않았지만 가족 특히 배우자에게 미안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분노조절의 어려움

 

극심한 기분변동성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것과 비슷하게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변합니다. 아기가 방긋 방긋 웃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가도, 아기가 이유를 알 수 없이 뒤집어지게 울 때면 입맛도 사라지고 마음이 해수면 밑바닥으로 한없이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변화가 크다 보니 종잡을 수 없는 제 모습에 지치기도 하고 우울감도 생기게 되었죠. 

 

불면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종종 잠에 들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아이를 보느라 지칠대로 지쳤지만서도 우울감과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쉽게 잠이 들지 않더군요. '조금있으면 또 아이가 우니까 빨리 자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들지 못하는 제 상황에 더욱 예민해지며 새벽 내내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어렸을때 엄마 아빠에게 마냥 사랑받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조용히 책에 집중할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등등의 생각들이 멈추지 않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더랬죠.  

 

아래는 불면증에 대해 정리한 글이니 참고해주세요.

 

불면증의 원인 9가지와 극복방법 알아보기

불면증은 여러가지 원인이 많습니다. 수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수면위생도 지키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적, 신체적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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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사고

피해사고란, 주변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해사고가 정신병적 증상으로 심화되면 피해망상이 되는 것이죠.

 아기가 울거나 밤에 깨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저도 모르게 배우자 혹은 가족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아기가 자다가 얕은 수면상태에서 자연스럽게 깨는 상황임에도 배우자가 소리를 내서 깨웠다고 탓하거나 실제로 배우자의 실수로 아이가 깨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의 부주의함으로 아이가 깨는 경우도 많았죠.

 사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아이는 계속 울기 때문에 누군가를 탓하고 벌하는것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말이죠. 아이가 조금 운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는 것도 아니고요.

 

 

산후 우울을 악화시키는 요인

 산후 우울감을 더욱 악화시켰던 요인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
  • 매순간 최선을 다해 놀아주어야 한다는 생각
  • 발달 개월수가 비슷한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 다른 남편들과의 비교
  • 아이와 함께 생활하기에 좁은 집 공간
  • 육퇴 후 폭식

 

 보통 아기를 낳고 1달-2달 이내에 산후우울을 경험하지만, 저는 아기가 백일이 지나고 육퇴(육아퇴근)란 것을 하며 오히려 산후 우울감이 심해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육퇴 후 SNS중독과 부정적인 생각들 그리고 폭식하는 습관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SNS가 좋지 않은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자극적인 정보에 홀려 들어가게 되는게 SNS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이죠. 특히 저는 인스타그램을 올리지는 않아도 관심있는 브랜드의 쇼핑정보를 받기 위해서 종종 들어가곤 했는데요. 어쩔 수 없이 알고리즘에 의해 아이 관련된 콘텐츠만 올라오고 또 보게되더라고요. 보다보면 좋은 장난감을 사줘야 할 것 같고 좋은 영양제를 먹여야 할 것 같은게 끝이 없습니다. 더군다가 아기 관련된 물품들은 어찌나 비싸던지요.

인스타그램 피드사진들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SNS

 

 저는 현재 3인이 살기에는 다소 좁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둘이서 살 때만 해도 충분하던 공간들이 아이가 생기고 갖가지 용품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숨쉬고 살아가기 갑갑할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이 출근하면 퇴근할때까지 아기를 혼자 집에서 봐야하는데 좁은 집에서 단둘이 아기와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하루종일 받은 육아 스트레스를 육퇴 후에 풀어버리려니 자극적인 음식만큼 즉각적인게 없더라고요. 특히 마라탕을 좋아하는 저는 일주일에 1번 이상은 꼭 마라탕을 먹었습니다. 먹을 때는 분명 좋은 것 같더라도 다 먹고 나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부정적인 기분으로 변했습니다. 

 

 

도움이 되었던 산후우울감 극복 방법

저의 경험에 근거하여 산후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방법들 입니다.

  • 마이너스(-) 육아하기
  • SNS차단하기, 어렵다면 정보를 거르는 힘을 기르기
  • 감사일기 쓰기
  • 아기와 짧게라도 산책하기
  • 요가

 

마이너스(-) 육아하기

플러스(+) 육아가 아닌, 마이너스(-) 육아를 하자고 다짐하니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야 하고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놀아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하정훈 선생님에 의하면 부모가 잘하면 잘하려고 애쓸수록 아이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나온 수많은 전문가들도 각기 주장하는 좋은 육아가 조금씩은 다르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격이 제각각이듯 통용되는 하나의 육아 방법은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하면 좋지 않은 것들(예를 들어 TV 미디어 시청 등)만 조금 신경써서 제한하는 방식으로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고 육아에 대한 제 마음의 불안을 상당히 덜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어머니들의 불안을 이용한 교구들, 장난감들을 비싼 값에 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에게 필요 이상의 장난감들을 계속 제공해주면 오히려 아이들은 장난감을 통해 상상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엄마가 놀아주는대로 그저 따라하기만 하는 아기가 될 수 있습니다.

 

SNS 차단하기, 어렵다면 정보를 거르는 힘을 기르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들이 참 많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지만 개인의 경험담을 정설인것 마냥 설명하고 '필수템', '국민템'이라며 불안감을 조성해서 물건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또한 미디어 상에서 아이를 키우며 행복해하는 모습만 부각되기도 하고 산모가 어여쁘고 완벽한 모습으로 나오니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어 우울감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좁은 단칸방에서 아이를 어렵게 키우는 집도 있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도 많습니다. 또한 신체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때문에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이 보는 세상이 유튜브에만 한정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불행해집니다.

 

아가와 짧게라도 산책하기

 올해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나가기가 어려워서 집에만 있다보니 부정적인 생각만 들더군요. 아기띠를 매고 아주 잠깐이라도 밖에 나갔다가 오면 그래도 한결 기분이 나아집니다. 집 앞 카페나 정 어려우면 엘리베이터 밑 현관까지만이라도 나갔다가 오는게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숲 산책길
산책은 짧아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감사일기 쓰기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서 내담자들에게 감사일기를 써보자는 제안을 참 많이 하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꾸준히 감사일기를 써 본적은 없었습니다. 산후우울감을 떨쳐내고자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하루에 3개씩 감사한 것들을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마냥 밉기만 했던 가족들이 사실은 아이를 많이 걱정하고 있고 나를 도와주고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실수를 하듯이 상대방도 똑같다는 것을 몸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정적인 측면에 꽂혀 분노감에 휩싸였다면, 감사일기를 쓰면서부터는 가족들의 노력을 보게 되고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가

 아기가 백일이 지나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집니다. 아기를 낳고 난 후 거울을 볼 때마다 피부도 푸석해지고 몸매는 볼품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아직 몸무게가 덜 빠지고 못입는 옷들이 수두룩하지만, 아기가 낮잠자는 10분 20분만이라도 요가를 하면 성취감과 함께 기분이 개운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신체활동과 운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래 링크에서도 다루었으니 참고 바랍니다.

 

신체활동과 운동이 우울증,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집 밖에 나오려고 하지 않고 운동은 더욱 하기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피로, 무기력감이 우울증의 주 증상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 운동과 산책을 권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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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은 초보 엄마이고 완벽하게 산후우울감을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위의 방법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다짐하고 실패하고의 반복이죠. 이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존경심을 표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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